<세정일보 '22.11.14자>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2012년과 2013년 주식회사 OO홀딩스와 주식회사 OO지에스씨를 통하여 주식회사 OO(이하 ‘OO법인’이라 한다)의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한편, 주식회사 OO헬스케어(이하 ‘OO케어’라 한다)의 주식을 50% 이상 직접 보유하였다.
나. OO법인은 2012 사업연도 및 2013 사업연도에 OO케어에 의약품을 공급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 OO법인의 매출액 중에서 OO케어에 대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 사업연도에 94.56%, 2013 사업연도에 98.65%였다.
다. 원고는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3. 1. 1. 법률 제116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구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5조의3 제1항 등에 따라 자신이 OO법인의 지배주주 지위에서 2012. 12. 31. 및 2013. 12. 31. OO케어로부터 일정한 이익(이하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라 한다)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된다는 이유로, 2013. 7. 31. 및 2014. 6. 27. 피고에게 각 증여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라. 원고는 2014. 10. 14. 피고에게 위 각 증여세의 환급을 구하는 취지의 경정청구 를 하였는데, 피고는 2014. 12. 9.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수혜법인의 주식을 간접적으로만 보유하는 자도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지배주주에 해당되는지 여부, ② 수혜법인의 지배주주가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인 경우 자기증여 부분 공제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두52214 판결)
가. 수혜법인 발행주식을 간접적으로만 보유하는 자도 지배주주에 해당되는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 등이 ‘지배주주’의 의미를 직접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상법상 ‘주주’의 의미 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지배주주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위 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수혜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보유하는 자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OO법인의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보유하고 있더라도 OO법인의 지배주주로서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
나. 자기증여 부분 공제 여부
(1)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은 수혜법인의 매출액 중에서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는 매출액이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경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일정한 이익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규정에 따른 증여세의 경우 증여자는 특수관계법인으로, 수증자는 증여세 납부의무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증여자인 특수관계법인은 그 주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법적 주체이므로, 수증자인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증여자와 수증자가 같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특수관계법인은 수혜법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동시에 특수관계법인의 주주이더라도, 그 거래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함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등에게 귀속되어 그 재산가치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증여의제이익이 위 규정에서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2014. 2. 21.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제34조의2 제12항 제3호에서 ‘수혜법인이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한 매출액에 지배주주 등의 그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주식보유비율을 곱한 금액’을 과세제외 매출액에 포함하도록 정하는 등 증여의제이익 계산방법을 종전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다르지 않다.
(2)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거래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바가 없고,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자기증여에 따른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의 과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배척하였고,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4조의2 제10항 제1호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가 특수관계법인의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그 100%를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자기증여 부분을 증여의제이익에서 공제하지 않더라도 구 상증세법 제45조의3 제1항의 위임범위나 한계를 벗어나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조세법률주의와 관련하여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과세관청이 국민에게 조세를 부과·징수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근거하여야 하며,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 없이 국민에게 조세를 부과할 수 없다. 이 원칙의 헌법적 근거는 헌법 제38조(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와 제59조(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이다.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으로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가 있다. 과세요건 법정주의는 과세요건인 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 등이 반드시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고,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과세요건을 규정한 법률의 규정이 애매하거나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편,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누20090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두9537 판결 등 참조).
조세법률주의는 국가의 과세권을 확장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국가의 과세권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헌법상의 원칙이다. 따라서 국가의 과세권은 반드시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둔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고, 법률상 과세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과세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한편, 대법원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언상 과세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해석을 해 오고 있다.
즉, 대법원은 동일인 명의로 반복된 명의신탁이 재차 증여의제 과세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명의신탁자가 증자대금을 납부하면서 명의수탁자 명의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신주를 취득한 사안(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두39419 판결), ② 자본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무상 신주를 취득한 사안(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6두20600 판결), ③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무상 신주를 취득한 사안(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두21352 판결), ④ 최초로 증여의제 과세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을 사용하여 다시 동일인 명의로 주식을 취득한 사안(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1두10232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2두27787 판결,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4두233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36971 판결, 대법원 2022. 9. 15. 선고 2018두37755 판결), ⑤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서 완전자회사의 주식이 명의신탁 주식인 경우 완전모회사의 주식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취득한 사안(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2두27787 판결), ⑥ 명의신탁 주식의 발행법인이 합병됨으로써 명의수탁자 명의로 합병신주를 취득한 사안(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두30644 판결), ⑦ 기명식 전환사채의 명의수탁자가 전환권 행사로 발행된 주식을 배정ㆍ교부받아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를 한 사안(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6두1165 판결) 등에서 상증세법 제45조의2(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조세회피목적의 명의신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서 실제소유자로부터 명의자에게 해당 재산이 증여된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므로,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문언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대상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목적의 유무를 묻지 않고 증여의제 과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해 오고 있다.
또한 지방세법상 과점주주 간주취득세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두44753 판결은 과점주주가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가결한 워크아웃 절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주식을 무상감자하기 위한 것이었고, 과점주주 등은 주식을 취득한 직후 주채권은행에 보유주식 전부에 대한 처분권을 일임함과 동시에 위 협의회와 경영권포기, 주식포기 및 주주총회 의결권행사 위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한 사안에서, ‘이 사건 주식의 취득 경위와 목적, 원고 등이 이 사건 협의회에 이 사건 주식의 처분권을 위임하고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여 이 사건 회사가 채권금융기관들의 공동관리하에 들어간 점 및 이 사건 회사의 워크아웃 절차 진행경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 주식 비율의 증가분만큼 이 사건 회사의 운영에 대한 지배권이 실질적으로 증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여 법률에 의한 주주권의 제한이 아닌 경우에도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한편,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5두3591 판결은 주식을 취득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거래 상대방의 요청으로 일시적으로 주주명부상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해두었다가 6일 만에 거래 상대방에게 곧바로 그 명의를 이전한 사안에서, ‘주주명부에 과점주주에 해당하는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주식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여 법인의 운영을 지배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간주취득세를 낼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지방세법상 과점주주 간주취득세와 관련하여서도 문언상 과세대상이 되는 사안에서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과세대상을 제한하는 해석을 하였다.
대법원이 명의신탁 증여의제와 과점주주 간주취득세의 적용대상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위와 같은 사례는 국가의 과세권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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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사)한국조세정책학회의 공식적인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