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일보 2024. 07.29.자]
1. 사실관계
가. 원고는 대전 서구 소재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하여 분양한 사업주체이고, 피고 시공사들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 신축공사 중 이 사건 건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한 시공사들이며, 피고 공제조합은 피고 시공사들의 하자담보책임을 보증계약에 따라 보증한 보증인이다.
나. 이 사건 아파트는 2016. 7. 14.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이 사건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여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아 원고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위 입주자대표회의 일부 승소 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대전지방법원 2018가합104164, 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건축공사의 도급인으로서 수급인인 피고 시공사들을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하고, 피고 공제조합을 상대로 보증계약에 따른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하는 내용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액 산정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이다.
3. 원심 판결의 요지(서울고등법원 2022. 12. 22. 선고 2022나2009727 판결)
원심은, 도급계약의 수급인인 피고 시공사들은 이 사건 아파트에 발생한 하자에 관하여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선행소송 소송비용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피고 공제조합은 보증계약에 따른 하자보수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가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인 사업자에 해당하고, 원고가 분양한 이 사건 아파트에 발생한 하자의 보수공사는 원고가 사업과 관련하여 공급받은 재화 또는 용역에 해당하므로, 하자보수비용 중 부가가치세 부분을 공제 또는 환급받을 수 있어 이에 상당한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하여 부가가치세까지 손해의 범위에 포함하여 배상하였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인정된 하자보수비에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한 비용을 피고 시공사들의 하자담보책임 범위에 속하는 하자의 보수비용으로 인정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06916 판결)
가. 부가가치세 공제 관련 법리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소유의 물건이 손괴되어 수리를 요하는 경우에 그 수리를 위해서는 피해자가 수리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까지 부담하여야 한다면 피해자는 그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수리비만큼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여 가해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부가가치세법상의 납세의무자인 사업자로서 그 수리가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였거나 사용할 목적으로 공급받은 용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매입세액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피해자가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위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위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47328 판결 등 참조).
나. 위의 법리는 도급에 있어서, 수급인의 도급공사상 하자로 인하여 도급인이 수급인을 상대로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원칙적으로 도급인이 하자보수공사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까지 부담하여야 한다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급인이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서 그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를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는 때에는 그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으로 도급인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게 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위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39511 판결 참조). 즉, 도급인이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로서 그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가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한 ‘면세사업과 관련된 매입세액’ 등에 해당하여 이를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으로 도급인의 부담이 되므로, 위의 원칙으로 돌아가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13292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18570 판결 등 참조).
또한 위와 같이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부가가치세액 상당을 공제하도록 하는 취지는 도급인이 하자 발생 및 그에 대한 보수 또는 배상으로 인하여 그 이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불합리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도급인이 부가가치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지만, 도급인에게 책임지울 수 없는 사유로 부가가치세액의 공제나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때에는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이를 공제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다219279 판결, 대법원 2021. 8. 12. 선고 2021다210195 판결 등 참조).
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및 그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에게 책임지울 수 없는 사유로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의 공제나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할 수 없고, 따라서 원고는 수급인인 피고 시공사들에게 하자보수공사에 소요되는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원고가 선행소송 확정판결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는 부가가치세액이 포함되어 있는데, 선행소송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다시 하자의 보수를 합의하고 원고 명의로 하자보수공사를 위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시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2)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선행소송 확정판결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은 원고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한 용역의 공급이라고 볼 수 없어, 원고로서는 하자보수와 관련하여 부가가치세액을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결과에 대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액에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제하였고, 나아가 이를 전제로 피고 시공사들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과 피고 공제조합이 지급할 하자보수보증금을 산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하자보수를 갈음하는 손해배상에서의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공제와 관련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ㆍ분양한 것은 관련 법령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면세사업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그 경우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하자보수용역의 공급으로 인한 부가가치세는 면세사업인 원고의 이 사건 아파트 공급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에 해당하여 이를 원고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어, 원고는 피고 시공사들을 상대로 그 부가가치세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바,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에 관하여도 추가로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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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고문은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사)한국조세정책학회의 공식적인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