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정부가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방침을 내놨다. 아직 구체적인 세목이나 세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세법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시장의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합리적인 암호화폐 과세 방향을 제안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런 취지를 담아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블록체인법학회와 '공정하고 혁신적인 암호화폐 세제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다. 

21일 세미나 주제 발표를 맡은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를 지난 19일 그의 연구실에서 한 발 빨리 만났다. 오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 차익은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라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 "당장 양도소득세를 적용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면 초기에는 주식처럼 거래세를 걷고, 과세 기반이 마련된 후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인 오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최근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논란에서 거론되고 있는 여러가지 오해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암호화폐 과세에 필요경비 60%가 적용되는 방식은 도입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그동안 견지해온 일관된 과세방향이 있기 때문에 암호화폐 과세에서도 거기에 벗어나는 이례적인 내용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앞서 빗썸이 납부한 803억 원의 세금도 소송으로 가게 될 경우 국세청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19일 본인의 연구실에서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19일 본인의 연구실에서 암호화폐 소득세 과세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 정부 발표 이후 회계, 법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암호화폐가 자산인지 아닌지,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것 같다. 사실 일반 독자들은 암호화폐가 자산이냐 화폐냐보다는 세율이 얼마일지에 더 관심이 많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이런 시각차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세율이 얼마일지 맞추는 것은 정부가 정할 일이지 어차피 전문가들의 몫이 아니다.(웃음) 그러나 암호화폐가 자산이냐 화폐냐, 그리고 암호화폐를 어떤 법적 용어로 정의할 것이냐는 조세법 체계의 논리적 흐름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결국 세율과 세목에도 영향을 미친다. 

- 용어가 어떻게 실제 세금에 반영되나.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 지금 정부 공식 용어가 '가상화폐'다. 그런데 정부가 올초 '가상화폐로 인한 소득에 과세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좀 말이 안된다. 국내법에 따르면 화폐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근거가 없다. 가령 어떤 사람이 해외 유학가있는 자녀에게 송금하기 위해 미화 1만 달러를 사서 8000달러는 보내고 2000달러는 가지고 있다가 처분해서 50만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자. 국내법에서는 이 50만원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이 50만원이 만약 화폐가 아니라 자산이라면, 거기에 맞는 근거법이 있을 경우 과세가 가능하다. 

'가상'의 문제도 있다. 가상화폐에서 가상이란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류의 암호화폐 뿐 아니라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기업에서 자사 플랫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포인트까지 모두 아우른다. 그럼 비트코인이 과연 도토리 같은 성격의 재화인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더 명확하고 적확한 표현을 법적 용어로 채택하는 게 맞다. 나는 '암호자산'이 가장 무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는 '가상통화'와 '암호자산'이라는 명칭을 함께 쓰고 있다. 
= FATF에서 두 용어를 함께 쓰는 이유는 암호화폐가 일부 통화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같은 경우는 처음에 미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미 달러가 전 세계적인 기축통화여서 영향력이 너무 큰데, 미국 정부 혼자서만 이걸 마음대로 발행할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되어 탈중앙화 방식으로 고안됐고 또 전체 발행량을 정해두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경제력 순위가 높은 선진국들은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사용하지 않지만, 짐바브웨, 아르헨티나 등 자국통화 신뢰도가 추락한 나라들에서는 화폐처럼 쓰이기도 한다. '가상통화'라는 간단한 단어에도 이런 맥락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법 만드는 사람들이 당연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 지금의 암호화폐는 자산이라고 볼 수는 있나. 
= 회계학에서 자산이란 '과거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통제하는 현재의 경제적 자원'을 말한다. 암호화폐는 채굴이나 취득(과거사건의 결과)을 통해 배타적으로 소유가 가능하고(기업의 통제), 당장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현재의 경제적 자원)하기 때문에 자산의 범주에 들어간다. 대법원에서도 2018년 판례에서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니까 과세 자체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게 어떤 성격의 자산이냐에 따라 과세 방법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 어떻게 달라지나.
= 일단 금융자산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금융자산이면 비교적 처리가 간단하다. 비록 대주주에 한정해서 과세하는 거긴 하지만, 현행법에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과세가 있으니 양도소득세 쪽으로 빼면 된다. 

-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에서는 암호화폐를 무형자산 혹은 재고자산으로 분류했는데.
= 회계에서 금융자산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핵심요인 중 하나가 계약(contract) 여부다. 가령 우리가 주식을 사는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기업의 유상증자 행위에 주주로 참여하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그런데 암호화폐는 태생 자체에 어떤 명시적인 계약이 없지 않나. 그래서 금융자산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모습을 보면 이건 그냥 '조금 더 위험한 주식'에 가깝다. 국제회계 기준에서 보면 금융자산이 아니지만, 유통되는 건 완전 금융자산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볼 때는 뭐 저런 자산이 다 있나 싶게 보일것이다. 문제는 실생활에서 이걸로 50억원 100억원 번 사람이 생긴다는 거다.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상황도 아니다. 17세기 튤립 투기는 고작 4개월만에 끝났지만, 암호화폐는 벌써 10년이 넘지 않았나. 
물론 지금상황에서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으로 볼 수 있는 근거도 있다. 그러나 이게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것을 언제까지 부인할 수 있을까. 회계적 정의란 시대상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저는 지금의 정의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본다.  

- 정부가 개인의 암호화폐 소득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할 부분이 있나. 
= 우선 세법의 대원칙에 조세법률주의라는 게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세금을 매긴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법 조문으로 정해져있지 않으면 세금 못 걷는다는 거다. 특히 소득세는 열거주의 방식이라 원칙적으로 법률에 열거되지 않은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암호화폐로 돈을 번 국내 거주자가 많지만 세금을 하나도 안 내도 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을 걷기 위해 새 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 일단 기타소득 과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게 적정한가. 
= 일단 우리 세법이 규정하는 기타소득이란 '반복적이지 않은 소득'을 말한다. 매우 중요한 성격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책쓰고 인세를 받는다고 치자. 인세가 기타소득 분류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얼마를 벌었든 자기가 받은 인세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세 실무에서 처리되는 걸 보면 전문작가의 경우 인세는 기타소득 과세대상이 아니라 사업소득 과세대상이다. 

- 어떤 세목으로 정해지는가 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 그렇다. 지금 기타소득 얘기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필요경비 부분 아닌가. 

- 맞다. 출금액 기준으로 필요경비 60% 빼고 세금을 걷으면 투자에서 손해를 봐도 억울하게 세금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 국세청이 빗썸에 비거주자 기타소득 과세로 803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거주자에게도 저런 방식으로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비거주자 대상 기타소득과 거주자 대상 기타소득은 완전히 다른 범주다. 새로 만들어지는 법이 그렇게 갈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양도차익 과세 방법으로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총 수입 금액의 일정 부분을 필요경비로 간주하는 제도의 취지를 잘 몰라서 나오는 오해들도 있는 것 같다. 간주 필요경비는 일종의 세제 혜택이다. 가령 어떤 교수가 전문성을 이용해 외부 강의를 했다고 하자. 실제로는 그 강의에 추가 경비가 들어가지 않지만, 그 교수가 공부해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쌓기까지 들어간 비용이 있으니까 그걸 '필요경비'라는 명목으로 전체 수입의 60%까지 인정해서 나머지 40%에 대해서만 20%세금(실효세율 8.8%)을 매긴다는 게 필요경비 제도의 취지다. 기타소득에서 총수입금액의 일정부분을 필요경비로 간주하는 제도가 있지만, 암호화폐 소득 과세에서 양도차익을 계산하지 않고 이 방법을 쓰는 것은 어색한 과세방법이다. 

- 그럼 기타소득으로 걷는다 해도 투자자가 손해를 본 경우, 그러니까 출금액이 투자액보다 작은 경우는 필요경비가 100% 인정되어 세금을 안 내나.
= 당연하다. 그게 합리적이지 않나. 그렇게 안해주면 국민들 조세저항이 엄청날 것이다. 

사실 이익을 본 경우에도 60% 필요경비를 인정해줄 이유가 없다. 기타소득에 들어가 있는 모든 항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만큼 필요경비를 인정해주는 게 아니다.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실제 경비만 인정된다. 그러니 암호화폐 과세도 그냥 실제 매매 차익에 대해서 과세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 실제 매매 차익에 대해서 과세할거라면 굳이 세목을 기타소득으로 할 필요가 없지 않나. 
= 맞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양도소득세로 걷으려면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을 모두 알아야 하고, 양도차손(매매로 인한 손해)이 발생할 경우 현행 세무 실무상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 정부가 양도차손을 왜 고려하나. 
= 내가 그 해에 10번 매매를 했는데, 5번 매매에서는 100만원을 벌고, 나머지 5번 매매에서는 100만원을 잃었다고 치자. 그럼 그해의 매매수익이 0원이지 않나. 그런데 양도차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앞서 5번 매매에서 번 100만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이건 불합리하다고 본다. 주식거래의 경우 대주주의 매매 양도 차익에 대해서 과세하는데, 그래서 이것도 건별로 과세하는 게 아니라 연단위로 모아서 과세한다. 

- 미국 같은 경우도 암호화폐 개인 소득세를 걷을 때 1년치 거래를 모두 통산해 과세하고 있다. 같은 이유인가. 
= 맞다. 양도세만 이런 게 아니다. 국내 법인세 같은 경우는 현행법에서 10년까지는 이월 결손금을 인정한다. 과거 5년만 인정해주던 것에서 10년으로 늘어난 것이고 미국 같은 경우는 20년까지 인정하고 있다. 납세자가 불합리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결손금 인정 기간을 더 늘려잡아주는 게 세계적인 트랜드다. 

- 그럼 어떤 과세 방법이 가장 적합한가. 
= 사업자가 아닌 개인에게 과세하는 거라면 논리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맞다. 다만 앞서 설명했던 이유들 때문에 과세 초기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채굴업자나, 여러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취득가액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주식처럼 시장과 과세 여건이 안정될때까지 암호화폐를 양도하는 사람에게만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식도 합리적이다. 

- 실제로 현재 주식거래를 하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 처음에 거래세가 도입될때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게 세제가 설계된데는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큰 목적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임시적인 대응책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입법을 통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장 상황이나 과세 여건이 어느정도 갖춰졌다는 판단이 드니까 거래세가 아니라 서서히 양도세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 해외 사례중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나라가 있나.
=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정도가 세제를 정한 나라들이다. 이중 미국, 영국, 독일은 이걸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로 걷고 있다. 스위스는 재산세로 걷고 일본은 잡소득으로 걷는다. 일본 잡소득 내용이 우리 기타소득이랑 비슷하니 우리가 기타소득으로 갈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한국 기타소득은 성격 자체가 제한적이다. 잡소득은 성격이 포괄과세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 이번 과세 논의는 국세청이 빗썸에 비거주자 기타소득 원천징수 명목으로 803억원을 과세하면서 불거진 측면이 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 논리적이지 않은 과세라고 생각한다. 국세청의 과세는 크게 두 부분인데, 하나는 비거주자의 암호화폐 거래소 출금액이 기타소득 과세 대상이라고 본 것. 다른 하나는 빗썸에 이 소득을 원천징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단 자기들끼리 과세 논리도 부딪친다. 법원에 가면 상당부분 국세청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 어떻게 부딪히나.
= 비거주자 기타소득 과세 대상이라고 하면서는 암호화폐를 재고자산으로 봤다. 그런데 빗썸에 원천징수 의무자 특례조항을 적용할 때는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간주했다. 조세법의 해석원칙으로서 엄격해석에 따르면 암호화폐라는 자산의 성격이 세법상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유가증권으로 볼 수 없다. 아울러 빗썸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중개업자로 보기도 어렵다. 

또 하나 이게 사실상 외국인 차별이라는 지적이 불거질 수 있다. 거주자에게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비거주자에게 과세를 먼저한 것은 내외국인차별금지를 위반했다는 측면에서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과세가 이루어진다면 상대방 국가에서 꼭 조세적인 측면이 아니라하더라도 다른 측면의 보복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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