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불복제도 개선책 찾아보자"…전문가들 제언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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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13.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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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정책학회 창립1주년 기념 세미나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주최로 서울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창립1주년 기념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납세자가 부당하게 징수된 세금을 돌려받는 조세불복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13일 서울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창립 1주년 기념 '조세불복제도 개선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문성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조세불복제도는 납세자 권익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해당 제도가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건강한 과세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세미나를 통해 제도의 개선 방향이 각 기관이나 전문자격사 간 이해관계를 떠나 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일조하기 위한 방향으로 거듭나는데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전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행정심판제도 개선과 조세법원 도입'을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김두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혜정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했으며 좌장은 오문성 학회장이 맡았다.

조세불복제, 개선 과제는?

'행정심판제도 개선과 조세법원 도입을 중심으로' 주제로 발표한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현행 행정심판 단계의 조세불복은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등 3갈래로 나뉘어 있어 절차가 복잡해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김 교수는 심사·심판청구 담당기관을 심판원으로 '단일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행 조세불복제도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절차의 다기화 문제다. 조세심판원의 심판관회의는 의결기구임에 비해 국세청의 국세심사위원회는 심의기구여서 심판원에 비해 독립성이 미흡하고, 감사원은 심판원에 비해 전문성이 미흡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심사·심판청구 담당기관은 심판원으로 단일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법원의 전문성 부재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조세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는 법률 지식 뿐 만 아니라 회계·세무 등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일반 법관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세법원(고등법원급)'을 설립해 조세사건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허권에 관한 분쟁을 다루는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의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처럼 조세법원을 따로 두어 법원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세소송대리인 자격을 변호사로 제한하는 부분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조세전문변호사를 제외하고는 실제 많은 변호사들이 세무사나 회계사 도움을 받아 조세소송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조세소송에 관한 대리인 자격을 변호사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세소송에서 세무사와 회계사를 참여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조세불복제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세심판원 단일화, 세무사 소송대리권 부여…"방향은 동의하나 신중해야"

주제발표 뒤엔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의견은 분분했지만 제도의 변화를 통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선 대부분 같은 입장을 취했다.

김두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사 또는 심판청구 담당기관을 조세심판원으로 단일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김 교수는 조세소송절차가 3심으로 되어 있어 납세자의 권리구제제도로서 기능하기보다 납세자에게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불복절차는 단심제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을 신속히 해결해 납세자의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절감한다는 취지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또 조세심판원장은 내부 수혈이 아닌 외부에서 적임자로 임명한 뒤 적정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조세심판원을 국무총리 산하에 둘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 운영함이 바람직하다"면서 "조세심판원장을 행정부 관료가 아닌 외부 인사 가운데 물색해 임명한다면 명실상부한 권리구제 기관으로서 그 기능에 충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별도로 조세법원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조세심판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독립성이 보장된다면 현행 행정법원의 기능으로 충분하므로 별도로 조세법원의 설립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납세자 입장에서 부당하고 위법한 처분에 대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방향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납세자들이 구제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세무사는 "실무 경험을 토대로 보면 조세불복청구의 주요쟁점은 사실관계가 우선하는 것인지 또는 법령해석에 있는지에 따라 국세청 심사청구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선택하고 있다"면서 "납세자가 사건에 따라 심사·심판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유리한 구제환경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조세법원 설립을 논할 경우, 반드시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권 부여를 전제한 뒤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세무사는 "현재 미국, 독일, 일본은 납세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세무사의 조세소송 대리 및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조세에 관한 전문가이자 국세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도 당연히 조세소송대리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두형 교수는 세무사 등이 소송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법학 지식을 습득해야 함에도 이를 자격시험에 반영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현재 법조인 양성 기관은 로스쿨이고, 과거와 달리 세무사, 공인회계사, 세무공무원 등 다양한 전공과 경력자들이 로스쿨에 입학하여 과거와 다른 법조인이 배출되고 있으므로 조세법률 서비스 공급 능력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조세심판으로의 통합이 최선인지는 의문이라며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 납세자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는 행정심판의 기본 취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심판원 인용률이나 법원패소율 등을 감안할 때 심판청구가 권리구제 측면에서 심사청구보다 반드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재력가와 대형 법인에게 유리한 심판이 국민 권리구제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심판청구 인용률에서 청구금액 500억원이상 고액사건은 62.5%로 높았지만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은 12.2%에 불과했다. 심판원만으론 권리구제 기능이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외부전문가 위촉으로 심판원의 전문성을 강화 및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본업이 따로 있는 비상임심판관에게 법관 또는 공무원 수준의 높은 책임성과 윤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행 90일의 심판처리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조세심판원 인력 부족에도 원인이 일부 있겠으나, 사건을 즉시 배정하지 않고 모아서 임의 배정하는 등 조정절차가 장기간 소요되는 점에 비춰 운영상 불투명이 사건지연처리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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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우(taxman@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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