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문화논단>회계개혁 당위성과 성공 조건

기자 2019. 10. 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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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 시행된 신(新)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회계제도가 급변하고 있다.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 내부 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 등으로 대표되는 회계제도 개선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회계 개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또한, 중소기업은 내부 통제 운영을 위한 인력 등의 이유로 내부 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면제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회계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외부 이해관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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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지난해 11월에 시행된 신(新)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회계제도가 급변하고 있다. 주기적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 내부 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 등으로 대표되는 회계제도 개선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회계 개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기업은 제도 적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제도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공인회계사들은 일찍이 접해 보지 못했던 제도인 만큼 적응의 어려움으로 고생하고 있다.

회계 개혁이 시작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해 왔다. 그래서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회계 투명성 평가에서 평가 대상 63개국 중 61위라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회계 개혁으로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리가 있다.

먼저, 주기적 지정제로 인한 감사보수의 상승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지정된 감사인이 감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 감사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총 감사보수가 증가한다면 이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감사시간은 늘지 않으면서 감사인의 ‘갑질’로 인해 총 감사보수만 증가하는 경우가 문제 되는 것이다. 이는 ‘시간당 감사보수’의 변동을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외부감사를 하면서 증가하는 총 감사보수는 이를 통해 기업이나 주주, 채권자가 얻게 될 혜택에 비하면 적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표준감사시간의 제정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리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표준감사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감사시간의 개선을 통해 외부감사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만약 인공지능(AI)이 외부감사에 본격적으로 도입돼 인간에 의한 감사시간이 더는 중요하지 않은 때가 온다면 표준감사시간을 다시 계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효과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내부 통제 운영을 위한 인력 등의 이유로 내부 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면제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보다 내부 통제에 더 문제가 있는 중소기업을 내부 회계관리제도 감사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그 중소기업이 이해관계자가 많은 상장법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회계 개혁의 찬반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이 ‘누구를 위한 회계 개혁인가’이다. 그 답은 당연히 ‘국민’이다. 물론 기업과 경영자, 임직원, 정부, 공인회계사 등도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회계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주주와 채권자 등 기업의 외부 이해관계자다. 회계 개혁의 적절성 판단 기준은 주주와 채권자로 대표되는 ‘국민’을 위한 제도 여부가 돼야 한다. 따라서 회계 개혁 과정에서 주주와 채권자의 지원이 절실하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 분식회계가 논란이 돼 자신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에만 관심을 갖는 건 너무 늦다. 주주와 채권자가 회계 개혁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야 회계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문제점이 없는 제도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타당한 제도라면 제도 자체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제도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 개혁을 악용한 공인회계사의 갑질이 발견된다면 엄벌에 처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해서 회계 개혁 자체를 후퇴시킬 수는 없다. 일시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회계 개혁의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의 회계 투명성 순위가 최상위권에 오르는 희망찬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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