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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와 선글라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05일 17시00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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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다. 길을 걷다보면 선글라스(sunglasses)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여름에 호주를 여행했을 때 목격했던 현지인들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숫자보다는 훨씬 못 미친다. 호주의 햇볕이 뜨거운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도 선글라스를 가지고 있다. 운전할 때 한 번씩 쓰기도 하지만 길가를 걸을 때는 쓰기가 머쓱하다. 한국에서 50여 년간 생활해온 결과다.

 

 선글라스의 역사를 찾아보면 맨 처음 중국에서 1430년경에 개발되었고, 렌즈에 색깔을 넣는 방법은 연기로 그을렸다고 한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이라 흥미롭다. 처음 중국이 개발한 선글라스의 용도는 법정에서 판관들의 눈의 표정을 가리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30년대 후반에 와서야 미국 육군항공대에서 조종사들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글라스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선글라스의 용도는 처음에는 판관들의 눈 가리기용 이었고, 근대에 와서는 조종사들의 시력보호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선글라스를 백내장이라는 안과질환을 예방하는 용도와 패션안경으로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아주 드물게는 자기의 얼굴을 안보이게 하기 위하여 짙은 색 선글라스와 검은 마스크, 모자를 눌러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맨 처음 시작된 전통적인 판관의 눈 가리기 용도와는 세 번째 용도가 가장 흡사하다.

 

 최근 의료인들이 눈 건강에 대하여 기고한 글들은 한 결 같이 백내장 예방법으로 선글라스의 착용을 꼽고 있다. 자외선이 백내장을 유발하고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이 백내장을 악화시키므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그 예방에 중요하다고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백내장은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에서 42.3%, 65세 이상은 90%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그중 40대의 백내장 유병률은 11.1%, 50대는 35.7%로 어느 누구도 쉽게 피해갈 수 없는 눈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노령화와 관련하여 발생빈도가 높은 질환의 하나인 백내장의 예방책이 선글라스 착용이니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보건복지부에서 선글라스 착용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만큼 선글라스는 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이 외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문화적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절을 중시하고 남의 눈에 튀지 않으려는 생각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일반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선글라스에 대입하면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을 보는 시각이 눈을 보호한다는 생각보다는 겉멋이 들었다는 생각, 또는 예의가 없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이런 시각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은 눈 건강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어도 선뜻 선글라스를 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 나라에 오랜 기간 거주한 사람은 그 문화에 충실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한국 사람은 한국문화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국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조그만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문화적 편견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를 타파(打破)할 필요가 있다.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국민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면 선글라스에 대해 눈 보호 목적이외의 편견을 가지는 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직접 선글라스 착용과 백내장 유병률의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의료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분명 선글라스 착용과 백내장 유병률과의 부적(負的) 상관관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자의 생각이 점점 더 공고(鞏固)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 역시 이렇게 선글라스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면서도 아직은 남들의 눈치를 의식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오랜 기간 한국문화에 젖어있는 탓에 훌훌 털어버린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눈 건강을 위해 우리 모두가 마음의 선글라스를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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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05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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