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순무 칼럼] 기부세제 개선 아직도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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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누가하는가? 당연히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한다. 그 동기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설사 개인적인 동기가 작용하였다 하여도 비난 할 일은 아니다. 기부란 자기가 가진 재산을 무상으로 내놓는 것이기에 인간의 무한한 소유본능에 비추면 기특한 일이다.

가끔 정작 자신은 서민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전 생애에 근검절약해서 모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감동적인 사례도 드물지 않다. 올해 세법 개정안은 법정시한을 넘겨 겨우 통과가 되었다. 기부 관련 세법 개정안도 일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는 올해 기부에 좀더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지금의 세액공제시스템을 유지하되 기부액 2000만원을 기준으로 15%와 초과액 30%인 현행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춰 혜택을 늘리자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내용이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종전의 소득공제수준으로 공제액을 높여 고액기부를 늘리자는 주장을 하였던 반면, 일부 의원은 고소득자에게 최저 소득구간의 23배나 많은 감면을 받게 되어 편향적이므로 공제확대에 반대한다는 주장이 대립하였다고 한다.

기부세제에 있어 편향 혹은 특혜 시비 논쟁은 기부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는 전혀 달라 당혹스럽다. 최근의 소득통계에 따르면 빈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줄여서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함께 사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가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빈자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프레임이 갇혀 있지는 않은가? 그로 인해 정치가 부자와 빈자의 편가르기 입법추진으로 가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기부의 가치를 안다면 적어도 세제에 있어서도 축소했던 혜택을 종전대로 돌려 놓아야 한다. 미국을 보자. 빌 게이츠, 저커버그 등 거액 개인기부가 사회의 윤활유가 되고 있다. 빈부의 차는 우리 사회보다 크지만 빈부 갈등은 우리 보다 적다.

기부세제를 다룸에 있어 고액기부자에 대한 혜택을 마치 감세처럼 대하는 것이야말로 편향적인 것이다. 고액소득자로 하여금 많은 기부를 하게 하여야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개정안은 결국 정부안대로 확정되었다. 세액공제 30% 기준을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늘리면 기부가 활성화될까? 정부나 국회나 모두 미봉책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개선이 되려면 종전 소득공제를 부활하여 납세자가 사정에 따라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기부세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기부의 사회적, 경제적 기능인 빈부 격차 해소의 방법론에 대한 비뚤어진 사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빈부의 차이를 시정한다고 부자나 고소득자의 재산을 빼앗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사고는 하책 중 하책이다.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 행인의 코트를 벗기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다. 있는 이들이 기부를 포함하여 많은 돈을 쓰게 하는 것이 빈부의 편향을 막는 길이다. 기부세제에서 부자혜택을 거론하는 것은 기부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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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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