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납세환경개선 토론회] 기업 흔드는 상속세…"소득세율보다 낮게, 장기론 자본이득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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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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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 상속세제 개편 방향 제시

한국의 상속세율 50%, OECD서 일본 다음으로 높아 

"소득세율보다 낮게…폐지 대신 자본이득세 도입 타당"

"가업상속공제 대기업까지…재산처분때까지 과세이연"

조세일보 주최, '기업경쟁력 강화·납세환경 개선' 토론회
◆…19일 조세일보가 주최한 '기업경쟁력 강화·납세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이 발제를 하고 있다.(사진 임민원 기자)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유산과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고, 세율은 소득세 수준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고, 상속재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게 세법이론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상속세가 소득세의 보완세제라는 측면에서 소득세율보다 더 높은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면서 과세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조세일보가 주최한 '기업경쟁력 강화·납세환경 개선을 위한 세제개선' 토론회에서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발제문을 통해 "최근 상속과정에서 기업의 지분자산을 처분할 수 없어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목도한 국민들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는 등 과도한 상속세를 줄여주어야 한다는 것과 상속세 과세대상자산의 성격에 따라 상속세 과세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경협회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오 교수는 제 2세션 '기업승계 및 상속세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살인적인 세율'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고세율(50%, 명목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서 과세(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되면 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은 부분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 학회장은 "상속세는 생전에 이미 소득세 등을 부담하고 난 후의 재원 그 자체(현금)이거나 그것을 재원으로 취득한 자산으로서 이중과세라는 개념을 끌고 오지 않더라도 소득세의 세율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괴세율의 수준은 35%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재 상속세는 피상속인(상속재산, 유산세)을, 증여세는 수증인(취득재산가액, 유산취득세)을 근거로 세금이 부과된다. 동일 목적의 과세체계(세율 동일)를 갖고 있음에도, 과세방식이 다르면서 세부담은 차이를 보인다. 2021년 기준, 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을 제외한 19개 국가가 취득과세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 학회장은 "유산과세구조에서 유산취득과세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현행 상속세제도를 통해 세금을 징수하기 보다는 자본이득과세 방법을 통해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동산을 100원에 취득한 이후 사망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70원이 됐다고 치자. 현행대로면 시가인 70원에 대해 과세하는 구조다. 하지만 자본이득세일 땐 취득가액인 100원으로 상속을 받고, 그 이후 부동산을 처분할 시점에 시가가 250원이라면 150원이 과세대상이 된다. 과세대상가액이 60원이 됐다면 자본손실이 발생하기에 과세되지 않는다.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해야 한다"

최대주주 주식에 할증해 상속세를 가산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선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학회장은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은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할증·할인평가제도가 존재하지만, 개별사안별로 할인이나 할증평가를 하기 때문에 우리 방식의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제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 할증은 폐지 또는 각 사안별로 합리적 평가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증세율은 2000년부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이 50% 이하일 땐 20%를, 50% 초과하면 30%를 할증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2003년엔 중소기업의 할증률을 절반(20%→10%, 30%→15%)으로 조정했고, 2019년말 세법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일반기업은 20%·중소기업은 0%(할증평가 대상에서 제외)의 할증률이 일괄 적용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기업 차별할 이유 없다"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단 목소리다. 창업주의 가업을 자식이 원활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세제로서 뒷받침해주는 제도인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 학회장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취지를 살려 원활한 기업승계제도로 운영해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까지 그 적용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의 문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오 학회장은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사후관리하는 과정에서 추징하는 사례가 많은 부분은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가업상속·승계 사후관리 요건 중 업종변경 허용범위를 '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 내'로 넓힌 내용이 담겼다. 가업상속공제라는 용어도 기업상속공제나 기업승계공제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오 학회장은 또 "기업의 경영에 꼭 필요해 처분에 제한이 있는 재산은 처분시까지 과세를 이연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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