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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 과세 논란의 핵심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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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1월20일 17시10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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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금융투자소득과세 때문에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논란의 내용은 이렇다. 야당인 민주당은 2020년 당시 합의한 대로 강행하자는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시행시기를 2025년 1월1일로 유예하자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기존의 소득세가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의 3개로 분류되던 것에 금융투자소득이라는 새로운 범주의 분류를 추가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양도소득세로 과세되던 주식 등을 포함한 모든 금융투자소득에 대하여 새로운 분류체계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의 원안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하여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하고 투자손실에 대한 공제시한은 5년으로 되어있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주된 과세대상인 주식의 양도차익과세는 오래전부터 “소득 있는 곳에 과세있다”라는 기본원칙을 천명하며 정부가 과세를 하려고 해왔던 분야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세가 차일피일 미루어진 것은 과세권자의 입장에서도 주식양도차익과세에 관한 여러가지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다. 하락장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을 보며 투자기법에 익숙하지 않은 개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에 비하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주식양도차익과세는 과세권자 입장에서 양도차익에 대하여만 과세하고 양도손실은 고려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면 모르겠지만 양도손실까지 고려한다면 과세권자의 속셈은 복잡해진다.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한 투자이익에 대하여 과세한다면 투자손실에 대하여도 기간이 얼마가 되던 투자이익에서 차감해 주는 것이 맞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있다고 하면서 손실이 있는데도 빼주지 않는다면 말이 안된다.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본 사람이 많다면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세수에 크게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자본시장을 육성한다고 대부분의 주식양도차익과세를 연기 해오던 과세권자의 속내에 이러한 생각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증권거래세를 과세해 온 측면도 있다.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과세할수 있는 증권거래세 과세가 이 상황에서는 적합한 세목이었다. 그러므로 금융투자소득세를 본격적으로 과세하기 시작한다면 대체적인 세목이었던 증권거래세는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시행을 하더라도 그 시기를 잘 보아 시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행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시장에 안좋은 영향만 주고 세수에는 크게 도움이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만사례를 꼽는다. 1988년 9월 대만의 셜리 쿠어 재무장관의 주식양도차익과세 발표는 그 시행시기는 1989년 1월1일이었다. 발표이후 대만 자취안지수는 9월24일부터 10월21일까지 36%하락하였고, 그 이후 연도인 1989년에도 시장은 큰 상승동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장관이 물러나고 1990년 1월1일자로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다시 폐지되는 상황까지 갔다.

 

 이상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식양도차익과세는 “소득이 있는곳에 과세있다”라는 과세의 일반원칙하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라는 원칙하에서는 주식양도손실에 대한 공제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5년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공제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도 그 기간을 정하지 않고 이월공제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리고 증권거래세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한다면 폐지 또는 대폭 축소 하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의 증권거래세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과세해 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논리적 기반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입장에서는 세수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불확실한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집중하는 것이 세수측면에서는 잘하는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하에서도 주식양도차익과세를 하기로 했다면 그 다음은 적절한 타이밍을 보아야 한다. 비행기도 악천후에서 이륙하면 순항하기 힘들다. 1988년 대만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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