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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법인세 인하를 통해 세금주도복지에서 벗어나야

법인세 인하가 최근에 정치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살리기를 통한 항구적 복지를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이기 때문에 소득재분배를 왜곡시키고, 복지재원도 축소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 주도 복지와 국가재정을 통한 세금 주도 복지 간 충돌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의 최고세율은 2017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0위 였으나 2022년에는 10위로 급등함으로써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2017년 이후 OECD국 중 13개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으나 우리나라는 2018년에 최고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을 24.2%에서 27.5%로 인상하였다. 같은 기간에 미국은 38.91%(연방세율 35%)에서 25.81%(연방세율 21%)로 대폭 인하하였고, 영국은 19%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에 법인세 감세계획를 철회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도 감세를 철회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영국과 우리나라는 재정 상황과 산업구조가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영국은 일반정부 국가부채비율이 2017년에 85.1%에서 2020년 102.6%로 급등함으로써 국가부채 부담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40.1%에서 48.9%로 됐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라고 반대하지만 부자감세와는 거의 관련성이 없고, 소득재분배의 효과도 미약하다. 법인세는 개인이 아닌 법인에 부과되는 소득과세다. 법인의 기업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해서 부자로 보아 법인세를 내게 하는 세금이 아니다. 한국전력 혹은 대우조선과 같은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지난해에 결손이 발생함에 따라 한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은 것처럼 법인세 인하를 대기업에 대한 부자감세로 보면 연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법인세는 형식적으로는 법인이 납세의무자이지만 사실상의 법인세 부담자는 주주, 채권자, 소비자, 납품업자 그리고 근로자 등 모든 국민이다. 법인세가 인하되면 주주는 배당소득이 늘어나서 소득세도 더 내게 되며, 채권자는 이자소득의 회수 가능성이 커지고, 소비자는 더 좋은 조건의 가격 혹은 품질이 확보될 수 있으며, 납품업자는 좋은 조건으로 공급할 수 있고, 근로자는 급여와 취업에서 좀 더 유리하게 되며, 기업은 연구·개발(R&D) 등 투자 여력이 더 생긴다.

특히 법인세 인하가 대주주 등 부자에게 감세 효과를 준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과장된 것이다. 즉, 대주주 등 부자는 소득세율(최고 49.5%)이 법인세율(최고 27.5%)보다 높고 완전한 이중 과세 방지도 되지 않기 때문에(배당세액공제율 11%) 법인세가 인하돼 배당소득이 늘어나면 오히려 소득세를 더 내야 함에 따라 국가세수도 증가하게 된다. 저소득층 주주의 경우에는 소득세의 한계세율(최저 6%)이 낮고 완전한 이중 과세 방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로 늘어나는 소득세는 없어서 법인세 인하분만큼 국가세수는 오히려 줄어든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투자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일반화할 수 없다. 최근의 학회 논문이나 한국개발연구원 혹은 한국경제연구원 등 각종 연구기관 연구보고서에서 법인세 인하는 부채 조달비용을 줄이고, 투자 효과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증가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정파적 혹은 이념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 부자감세이며 투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및 영세사업자 등에게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금 주도 복지를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살리기로 양질의 취업을 확대하는 등 모든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순환적 민간 주도 복지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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