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자영업자 구하기

  •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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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1   |  발행일 2021-12-01 제26면   |  수정 2021-12-01 07:18
자영업 비중 높은 산업구조
과당경쟁 불러 수익률 악화
양질의 일자리 많이 만들고
디지털 경쟁력 강화하는 등
자영업 인프라 구축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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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지난달 한 대통령 후보자가 음식점 총량제를 제안했다. 또 다른 후보자는 50조원을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에 쓰겠다고 했다. 이들의 제안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자영업 몰락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자영업 문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이어서 이들의 제안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자영업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자영업 문제의 핵심은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취업자 대비 24%로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2배, 미국의 4배에 달한다. 이는 과당경쟁을 가져오고 그 결과 수익률은 낮고 폐업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치킨집의 수가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거나 1년에 10곳이 문을 열면 8곳이 문을 닫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근본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 있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 세대나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퇴직을 해야 하고 퇴직 후에는 경험을 살려서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중년세대가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자영업이다. 편의점, 치킨집, 커피점 등의 프랜차이즈는 이들이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창업을 하도록 해 자영업자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업체들의 이커머스 진입, 배송속도전쟁, 맞춤형 새벽배송전쟁, 구독경제의 확산 등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의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앞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거나 대규모 플랫폼 비즈니스에 종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먼저 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성장 우선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두 가지 축은 성장과 분배다. 그러나 성장 속에는 분배가 있으나 분배 속에는 성장이 없다. 이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을 넘어서 서비스업은 물론이고 연예·스포츠·관광 등 모든 분야가 경쟁력을 갖도록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

자영업은 기회형과 생계형으로 나눌 수 있다. 기회형은 경쟁력 증대를 위한 진흥정책으로, 생계형은 복지정책 차원으로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영업자들의 70%가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 창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창업의 긍정적인 힘이 선순환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자영업이 경제의 활력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영업자들의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 먼저 디지털 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영업자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해줘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밀착형 자영업자를 지원해줘야 한다. 지역화폐와 공공간편결제 및 공공배달앱의 연계도 필요하다. 자영업 창업이 준비없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창업학교를 만들고 빅데이터에 의한 상권분석도 해줘야 한다. 자영업자가 신용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역할도 강화해줘야 한다. 자영업자는 우리 사회의 뿌리다. 이들의 몰락을 방치하면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정이 심화돼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비전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영업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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