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세무이야기] 환갑(還甲) 유류세의 회고와 전망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역대 최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정유사에서 출고되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한시적으로 유류세 20%를 인하했다. 국제유가의 급등에 따른 물가대책의 일환이라고 한다.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 11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87원, 경유는 1585원이었지만, 인하 이후에는 리터당 1500원대의 휘발유와 1400원대의 경유가격도 예상된다. 전국 1만1091개 주유소 중 정유사 직영주유소 765곳과 알뜰주유소 1233개에 대해서는 유류세 인하분이 즉각 반영됐고, 나머지 주유소에서도 재고물량이 소진되면서 가격 인하효과가 나타나 운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 및 유류세와 연동되는 유가보조금 지급단가의 하락으로 향후 유류세 인하효과의 체감지수는 관망요망이다.


유류세는 차량용 휘발유와 경유에 대한 제세공과금으로 구성된다. 우선, 대표적으로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 경유에는 리터당 375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된다. 이에 더해 주행분 자동차세 및 교육세가 위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의 26%(리터당 138원) 및 15%(리터당 79원)만큼 부가(附加)된다. 이외에도 위 유류세액 10%의 부가가치세(리터당 75원)가 가산된다. 휘발유를 수입할 때에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수입가격 3%의 석유수입관세 및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까지 감안하면, 소비자는 그 휘발유 가격의 50%를 훌쩍 넘는 간접세를 내게 된다. 유류세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단일 세목(稅目)으로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에 이어 4번째 규모의 메이저 세원(稅源)이기도 하다. 2020년 국세통계연보 및 지방세통계연보 기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4조8000억원이고, 교육세는 2조2000억원, 주행분 자동차세는 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유류세라는 명목 하의 다채로운 세목으로 연간 20조원 이상의 세수가 확보되고 있으니 ‘조세의 칵테일’이자 ‘화수분 세원’이라는 세간의 풍자도 일리가 있다.

유류세의 연혁은 지금부터 60년 전인 1961년 12월 8일 제정된 석유류세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석유류에 대한 세금은 물품세법에서 정하고 있었으나, 석유류는 그 세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과세방식도 다른 물품과 상이하다는 이유에서 별도 분리?제정되었다. 1977년 간접세 체계가 대폭 개편되면서 부가가치세법과 특별소비세법이 만들어졌고, 그에 따라 기존의 석유류세법은 폐지되었으며 석유류세는 부가가치세와 특별소비세로 구분하여 과세됐다. 한편, 1993년 12월 21일 제정된 교통세법은 도로 및 지하철 등의 건설재원의 조달은 수송부문과 관련된 석유류 제품을 세원으로 하고 차량운행에 따른 공해 등 사회적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하는 것이 수익자 및 원인자 부담원칙에 부합한다는 견지에서 휘발유 및 경유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목적세로 전환하여 교통세를 신설했다. 이후 교통세법이 2006년 12월 30일 교통·에너지·환경세법으로 이름을 바꾸고 교통세의 부과범위 및 사용용도가 확대되면서 1993년 12월 31일이었던 일몰시기가 다음달 31일까지 연장되어 왔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그 유효기간이 2024년 12월 31일까지로 3년 더 연장될 예정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대한 부가세적(sur-tax) 성격을 갖는 유류분 교육세와 주행분 자동차세는 1995년 12월 29일 및 1999년 12월 28일 각각 개정된 교육세법과 지방세법에 의해 과세가 개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꼭 환갑(還甲)을 맞이한 유류세는 전형적인 간접세로서 조세저항이 적고 징세효율성이 높은 대표적 세목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수 문제점도 병존하고 있다. 우선 현재의 유류세 체계는 목적세와 지방세가 혼재되어 있고 교육세 및 수입부과금까지 더해지는 등 다중(多重)의 구조로서 지나치게 복잡하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목적세임에도 1세대 이상 존치되고 있어 재정운용의 경직성도 초래하고 있다. 단일 세목의 일반세로 통합하고 부담금도 흡수하는 방향으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정유사 출고 당시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반출장 과세의 특성상 실제 유류세를 부담하는 소비자는 그 내막을 알 수 없고, 종량세 성격 때문에 유가(油價)가 인상되든 인하되든 부담 변화가 없어 유가 변동에 따른 탄력성이 저하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휘발유와 경유의 사회적 비용에 차이가 있음에도 유류세 부담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어 유종별 유류세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교통세법이 제정되던 90년대 초에는 자동차가 사치재적 성격이 있어서 교정세(pigouvian tax)를 적용하여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절감하여야 할 필요를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478만 대로 국민 2명당 1대 꼴로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필수재가 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과중한 유류세 부담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기조에 따라 전기차 등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유류 소비가 줄어들고 20조 원의 유류세의 세수도 점진적 감소가 예상되므로 대체세원의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유류세의 회갑을 맞이하여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보다 부합하도록 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유류세제 개편의 묘책 마련이 절실한 전환의 시대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尹 "부처님 마음 새기며 국정 최선 다할 것"…조국과 악수(종합2보) 尹 "늘 부처님 마음 새기며 올바른 국정 펼치기 위해 최선 다할 것"(종합)

    #국내이슈

  •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여배우 '이것' 안 씌우고 촬영 적발…징역형 선고받은 감독 망명

    #해외이슈

  •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비계 삼겹살' 논란 커지자…제주도 "흑돼지 명성 되찾겠다"

    #포토PICK

  •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크기부터 색상까지 선택폭 넓힌 신형 디펜더

    #CAR라이프

  •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 용어]교황, '2025년 희년' 공식 선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