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젊은 세대에게 기회의 시간을

  •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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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6   |  발행일 2021-10-06 제26면   |  수정 2021-10-06 07:15
기술과 환경의 급속한 변화
젊은 층에 경험과 성장 기회
디지털 정보역량 키워주고
실패 딛고 재도전할 수 있게
교육과 사회 인프라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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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최초로 모든 국가에서 1위를 하며 K-드라마의 신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황동혁 감독이 작품을 구상하고 각본을 쓰고 제작에 투입한 10여년 시간의 의미 있는 결실이다.

한편 지난 8월 말에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적으로 철수를 하였다. 미국은 20년 동안 천문학적 규모의 자원을 투입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 그 시간과 자원을 달리 썼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서로 다른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스 신화에는 두 개의 다른 시간이 있다. 하나는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계적인 시간으로서 많은 사람이 그냥 허무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이는 기회의 시간으로서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다. 간절한 소망을 갖고 고통을 이겨내며 준비를 한 사람만이 기회를 잡고 다음의 시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두 개의 시간의 개념은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영화시장 개방의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을 이룬 한국의 영화산업이나 자원도 기술도 없는 상황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성공은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잘살아보자는 목표로 전 국민이 일심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해나가며 오늘을 만들어낸 우리의 성공의 시간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과 크게 대비된다.

기회의 시간은 충분한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비슷하게 있다. 한 사람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 수준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 4시간씩 1년에 250일을 훈련하면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10년 공부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반도체나 배터리에서의 성공이나 K-팝이나 K-드라마의 성공도 10년 이상 역경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성과다.

시간이 미치는 영향은 세대에 따라 다르다. 청소년기의 10년은 노년기의 10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10년간 있었던 사건들은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기성세대와 다른 태도와 행동양식, 그리고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기회의 시간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가 가장 잘 잡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나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경제·문화적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과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이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기회가 된다.

사람 이외에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젊은 세대가 기회의 시간을 잡도록 도와야 한다. 학교에서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공정과 협력의 가치를 배우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위해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미국은 미래 기회의 시간을 잡기 위하여 교육과 사회인프라에 대한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이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기회의 시간을 갖도록 돕겠다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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