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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공익법인세제와 조세정책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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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단체의 회계부정 논란으로 공익법인에 대한 투명성 제고의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는 국고보조금의 정산보고서 검증의무가 있는 사업자를 연간 보조금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감사보고서 제출의무가 있는 공익법인을 자산총액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하는 입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세제상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종전에는 공익법인의 초과보유 주식에 대해서는 5년마다 지방국세청의 확인을 받으면 됐는데 이를 매년 신고하도록 하는 의무신고제가 도입돼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3월부터 지방국세청마다 공익법인 전담팀을 새로 설치해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의 사용내역, 특정법인에 대한 주식보유 여부, 이사·임직원 채용현황, 내부거래금지의무 준수 여부 등 주요 의무 이행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다고 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의 국면이다.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해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의미한다. 공익법인은 비영리법인의 세제혜택에 더해 일정요건을 갖춘경우에는 여러 혜택이 더해진다.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종교단체 등 ‘기부금대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해당 단체에 지급하는 기부금이 법인의 손금이나 개인의 세액공제로 인정된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출연금에 대한 상속세, 증여세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상증세법상 성실공익법인’은 추가 주식 보유도 가능하다. 공익법인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에 공익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에서는 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인지 여부보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다.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법인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된공익법인은 총3만9897개로 전년도 총 3만4843개에 비해 15% 가량 크게 증가했고, 공익사업 목적별로 구분하면 종교 2만876개, 학술·장학 4875개, 사회복지 4165개, 교육사업 1820개, 예술문화 1613개, 의료 1043개 순이었다.

공익법인은 세제상 혜택만큼이나 사전·사후에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은 출연재산 및 기부금 사용 등에 관한 각종 의무를 부담한다. 출연재산, 매각대금 및 운용소득을 직접 공익 목적에 사용해야 하고, 내국법인의 5%(성실공익법인은10% 또는 20%)이상의 주식을 출연받거나 취득하지 말아야 한다. 출연자 또는 그 특수 관계인이 이사 총원의 5분의 1을 초과해서도 안되며, 특정 기업에 대한 광고 또는 특수관계인과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지 않아야 한다. 뿐만아니라 결산서류 등 보고서 제출 의무, 장부의 작성·비치 의무, 외부회계감사 의무, 전용계좌 개설·사용 의무 등 폭넓은 납세 협력의무도 지고 있다.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증여세 또는 가산세가 부과된다. 180억원 상당의 주식 등을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구원장학재단사건에서 보듯이 고율의 증여세와 가산세는 공익법인의 재정적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기부자를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다.


정부의 공공서비스 역할을 대신하는 공익법인에 대한 세제지원이 중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함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공익법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되려 공익사업을 위축시키는 외부불 경제를 가져 올 수 있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추가되는 공익법인에 대한 획일적 규제는 중소공익법인에 대한 지나친 행정적 부담으로 귀결된다. 공익법인에 납세협력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성실공익법인제도처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프레임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체계상 공익법인법, 법인세법, 상증세법 등에서 공익법인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고 법령별로 규제차익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익법인법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한 기본적 사항만 규정하고 타 법령에서 관련 조항을 준용하게 하는 방안도 일리가 있다. 명확하지 않은 성실공익법인 등 요건과 그 위반에 대한 제재는 과도한 불의타(不意打)를 초래하므로 그 적용요건을 분명히 하고 제재의 정도도 낮출 필요가 있다. 공익법인 규제로 과중한 증여세 추징 대신 소득세 과세로 대체하거나 기부금을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고액 기부를 유도하자는 견해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약 4만개의 공익법인에 대한 획일적 규제보다는 개별 공익법인의 실상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지원과 규제의 처방도 도입할 시점이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 사회에서는 정부 등 공공부문(제1섹터)과 기업 등 시장부문(제2섹터)의 역할이 줄어드는 반면 비영리단체 등 공익단체(제3섹터)의 중요성이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를 ‘현대사회를 주도하는 새 성장 부문’이라고 표현했다. 공익법인이 누리는 세제상 혜택에만 주목해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헌법상 자유민주주의 이념에도 반할뿐더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우려가 있다. 공익법인세제에 대한 중용과 균형의 지혜를 모색할 때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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