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협력이 경쟁력인 시대

  •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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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9   |  발행일 2021-06-09 제26면   |  수정 2021-06-09 08:33
초연결사회의 핵심 과제는
정보통신기술 적극 활용해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도록
건강한 생태계 구축하는 것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정보통신기술(IT)의 급속한 발달로 우리 사회는 초연결사회로 발전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방역과 백신접종에서도 우리는 IT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공급받는 얀센 백신 예약도 하루 만에 끝이 났다.

그러나 우리는 IT 강국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면들이 많다. IT를 활용하여 원격진료를 하게 되면 의료 사각지대에 있거나 긴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를 구할 수 있는데도 전근대적인 의료법과 집단이기주의에 막혀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거미줄같이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규제 등으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이나 낙후된 지역이나 분야를 발전시키는 일에도 IT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범죄조직들은 IT 기술을 악용하여 기발한 방법으로 국민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초연결사회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과 생태계다. 이제는 한 개인이나 조직의 힘만으로 우리가 마주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의 경쟁력도 어떻게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핵심과제는 생태계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이해관계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또한 공정한 규칙과 투명한 소통으로 이해관계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혁신적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투입되어 생태계가 진화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어야 한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의 핵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와 사회에 대한 기여가 결국에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고 있다. ESG경영은 전통적인 주주가치경영과 달리 기업의 종업원이나 이해관계자를 경쟁적 관계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기여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 공급사슬 내의 기업 간 협력은 원가나 품질을 넘어서 환경이나 안전과 같은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적 미래를 만들기 위해 수소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업 간 연대도 만들어지고 있다.

풍요로운 사회에는 바람직한 일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많다. 문제는 자원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협력시스템의 구축이다. 한 가지 예를 생각해보자.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용의가 있는 건강한 퇴직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역할을 하면서 경험도 쌓고 역량을 개발하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이러한 인적 자원을 사회문제 해결에 투입하고 기업들이나 공공기관의 사회적 공헌 활동과 연계시키는 협력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돈을 나누어주는 쉬운 길보다는 협력시스템을 만들고 돕는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선이 악을 쉽게 이길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위해서는 자원을 쉽게 모을 수 있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도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함께 나서서 돕지 않는다면 수사인력 확대만으로 피싱이나 마약과 같은 범죄를 막기 어렵고, 교사들의 힘만으로 학교 폭력도 해결하기 어렵다.

독재국가에서는 IT를 국민을 감시하는데 활용한다. 우리는 IT를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을 유도해내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이것은 수작업으로 코로나 진단과 백신접종 신청을 받고 있는 일본을 추월하여 선진화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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