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역경을 기회로 바꿀 때다

  •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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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  발행일 2021-05-12 제26면   |  수정 2021-05-12 07:27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여부
환경이나 역경 극복에 달려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어낸
끈기와 오뚝이 같은 회복성
역경 극복 회복력을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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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얼마 전에 미국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는 소식으로 우리 모두가 행복하였다. 겨울을 이겨낸 봄 미나리의 향기가 더 진하듯이 윤여정씨가 인생의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이룬 성과여서 진한 감동을 주었다.

심리학이나 경영학에는 역경이론이나 회복탄력성이론과 같은 것이 있다.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 여부는 환경적 어려움이나 역경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역경은 부채가 아니며, 오히려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은 주어진 역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역경이론은 기업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도 활용된다. 1960~70년대에 우리 기업인들은 국내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좀 더 나은 제품을 좀 더 싸게 만들어서 세계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서 팔았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K-pop의 글로벌 경쟁력도 열악한 국내 음악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던 연예기업들이 용기를 내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린 덕택이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도 영화시장의 개방으로 외국 영화와 무한경쟁을 하게 된 영화인과 기업들이 머리를 짜내고 역경을 극복해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되었다.

많은 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 중의 하나였던 한국이 어떻게 오늘과 같이 잘살게 되었는지를 매우 궁금해한다. 모진 환경을 이겨내는 우리의 끈질김과 위기 때마다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최선의 노력을 하면서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고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모든 국가에 동시에 닥친 이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므로 각국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연설에서 100년 만에 나타난 최악의 팬데믹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3월 말의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서 '미래의 경쟁'을 위해 수천조원을 어린이와 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연설을 하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더욱 강한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과거 수십 년간에 이룩한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핵심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4년 동안 추진해온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 어렵지만 기성세대보다는 젊은 세대가, 정규직보다는 일용직이, 대기업보다는 소상인과 중소기업이 고통을 더 받고 있다. 중요한 일은 역경에 처한 개인이나 기업을 어떻게 돕느냐다. 최저임금을 올려주고, 창업 자금을 나누어주고, 한계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단기적 방안이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이는 역경을 이겨내는 회복력을 죽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정부가 직접 만들어낼 수는 없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청년들의 역량을 키워줄 때 만들어진다. 좀 더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와 자원배분 결정을 해야 할 때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상생협력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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