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세무이야기] 하이브리드형 건강보험의 미래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코로나19 사태에 맞서는 K방역의 성과에는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대들보인 건강보험제도도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덕분에 품질, 접근성, 비용 측면에서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긴급 의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의 노고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대들보인 건강보험제도도 팬데믹 국면에서 국민 건강을 담보하는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덕분에 품질, 접근성, 비용 측면에서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훌륭한 수준으로 긴급 의료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세계 각국에 공유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건강보험 국제연수 과정’에는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20개국 이상의 보건 의료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의료보장 적용 인구는 총 5288만 명이고 그중 의료급여 수급권자 149만 명을 제외한 5139만 명이 건강보험 적용 인구다. 2019년도 건강보험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약 60조 원, 진료비 사용액은 약 86조 원으로, 같은 기간 세수인 소득세 약 90조 원, 법인세 약 72조 원, 부가가치세 약 70조 원에 뒤지지 않는 막대한 규모다.


건강보험제도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고액의 진료비가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담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되 납부 수준과 관계없이 균등한 보장을 제공하는 의료보장체계다. 우리나라가 채택하는 건강보험제도는 국민건강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 유형으로서 단일의 국가기관이 의료보장 및 사회연대기능에 더해 소득재분배 기능까지 수행하는 독특한 형태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는 조세의 명칭이 붙어있지는 않지만, 실질적 세금기능도 수행하는 대표적인 준조세(quasi-tax)항목인 것이다. 보험의 원리에 따라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일반조세로 재원을 마련하고 모든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시스템과 다르고, 공적영역의 단일한 보험자가 국가 전체의 건강보험을 관리·운영한다는 점에서 정부 기관이 아닌 다수의 보험자가 보험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사회보험(Social Health Insurance) 제도와도 구별된다.


의료보험제도의 효시(嚆矢)는 1963년 제정된 의료보호법으로 보는데, 제정 당시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임의적용을 하다가 1977년 개정으로 5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의무가입이 강제된 후 그 적용 대상이 순차로 확대됐다. 1989년부터는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돼 비로소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렸다. 이어 200여 개의 지역의료 보험 조합과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관리공단 및 100여 개의 직장 의료보험 조합이 순차 통합돼 2000년 현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되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가 현재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건강보험의 혜택은 요양급여, 건강검진의 현물급여 및 요양비, 장애인보조기기, 본인부담액 상한제, 임신·출산진료비의 현금 급여로 대별되는데, 그 보장범위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매우 폭넓고 두텁다. 매월 준조세로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는 세금과는 달리 그 산식이 난해하고 보험료임에도 가입자별 편차가 크다. 지역 가입자는 연간 소득이 100만 원을 넘는 자를 대상으로 재산(총 60개 등급), 자동차(총 11개 등급) 및 소득(총 97개 등급)에 각각 등급별 점수를 매겨 보험료 부과점수를 산정하고, 그 부과점수의 합계에 ‘부과점수당 금액’을 곱해 세대 단위로 월 부과액을 계산한다.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차주택의 보증금 및 월세 금액을 기준으로 재산 범위가 책정되고, 자동차가 2대 이상인 경우 자동차별 점수가 합산된다. 소득의 경우이자, 배당, 사업, 기타소득은 연간소득금액의 100%가 근로, 연금소득은 30%가 반영된다.


반면 직장 가입자는 전년도에 신고한 보수월액으로 보험료를 부과한 후 당해연도 보수총액을 신고받아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월 보수월액에 6.86%를 곱해 월 보험료를 산정하고 그 절반은 근로자가, 나머지는 사용자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보수를 제외한 소득이 연간 3400만 원을 초과하는 직장가입자에게는 별도 산식에 따라 산정된 소득평가율을 반영해 소득월액 보험료가 추가된다. 건강보험료율은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산정되는 지역가입자의 월 보험료의 하한은 1만4380원, 상한은 352만3950원이고, 직장가입자의 월 보험료의 하한은 1만9140원, 상한은 704만7900원이다.


건강보험의 광대역 혜택의 이면에는 과중한 보험료의 부담과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건강보험료는 준조세로서 재산 및 소득에 비례해 매월 부과되고 미납 시에는 국세징수법이 준용돼 납부독촉 및 체납처분이라는 강제징수 절차가 적용되지만, 보험료라는 미명아래 ‘보험료부과점수’와 ‘점수당 금액’은 시행령에 근거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하고 있어 조세법률주의를 일탈한 편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부담금과 같이 입법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미국이나 프랑스의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와 같은 별도의 목적세로 포섭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의료혜택은 동일함에도 보험료 최소와 최대 금액의 차이가 지역가입자는 245배, 직장가입자는 368배에 이르는 점도 보험원리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시정 필요성이 크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증대를 위해 사보험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일정 금액 이상 의사 보험을 가입한 자에게는 보험료를 경감하거나, 장기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사회보험을 두어 경쟁 체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일견 경청할 면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출범 2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보험 정신에 투철하게 운용되면서도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하이브리드형 K-의료보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