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로나 불확실성 이겨낼 '기업가 정신'
2020년 12월 14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표지는 숫자 2020 위에 붉은색 X표를 긋고 ‘THE WORST YEAR EVER’라는 제목을 붙였다.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을 ‘사상 최악의 해’로 낙인찍은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나라일수록 피해는 더 컸다. 진원지로 의심되는 중국은 강력한 국가 통제와 자국산 백신 조기 접종으로 대응한다. 한국은 ‘K방역’이란 신조어까지 내세우며 방역에 치중했으나 확진자 증가와 백신 확보 부진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영어에서 연도는 두 자리씩 끊어 읽는 것이 보통이다. 10세기 이후 두 숫자가 짝을 맞춘 해에는 대홍수와 독선적 선동가 등장 등 악재가 많았다. 1818년에는 카를 마르크스가 독일에서 출생했다. ‘자본론’을 저술하고 공산주의를 영국 노동 현장에 전파하려다 실패했지만, 죽은 후에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1919년에는 스페인 독감이 한반도에도 창궐했고, 고종 승하와 3·1운동에 대한 일제 탄압으로 암울했다. 독일에서는 나치의 모태인 독일대학생연합회가 결성돼 유대인 학살과 2차 세계대전 비극을 싹틔웠다. 2020년은 도쿄 올림픽이 예정됐으나 코로나19가 덮쳐 1년을 미뤘다. 올여름에 마스크 쓴 선수의 경기를 TV 중계로나 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코로나는 일상생활까지 엉망으로 엉클어놓았다. 관광여행업은 몰살이고 체력단련 시설조차 록다운(lock down)됐다. 가족의 생계가 걸린 사업장의 폐쇄로 자영업자의 고통은 극심하다. 신체가 강건했을 대구의 헬스장 관장의 비극은 정말 가슴 아프다. 코로나의 교훈은 ‘불확실성이 가장 확실한 팩트’라는 것이다. 실업 사태는 각국 공통적 재앙인데 한국의 청년실업은 특히 심각하다. 일자리를 잡지 못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2020년 연간 출생자 수는 30만 명이 붕괴됐고 사망자가 더 많아 사상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기록됐다.

미국과 유럽 및 한·중·일 주식시장의 동반 호황은 이변이다. 미국의 기축통화 발권력으로 엄청나게 풀린 돈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했고 이자율도 최저 수준이어서 주식만 한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수혜주인 전기차와 코로나 백신·치료제 관련 바이오·제약이 주가 상승을 이끈다. 항공과 관광업 실적은 바닥이지만 정부 지원으로 버틸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낙폭은 제한적이다. 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활동 확산으로 노트북과 스마트폰 및 서버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전자 제품 수요 증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백신이 제대로 정착되면 경제는 회복되겠지만 ‘글로벌 불균형’은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다시 기로에 섰다. 운송 물량 증가로 해상 운임이 치솟으면서 선박건조 주문도 늘었다. 건조기일 엄수에 대한 평판이 좋은 한국 조선사가 비상할 기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서 오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인건비와 세금 부담이 가벼운 중국 등지로 부품생산 시설을 이전했는데 코로나 사태 초기에 일부 부품 도입에 차질이 생겨 전체 공정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해외 공장의 집단 조업 중지로 인한 불확실성을 차단하기 위해 중요 부품의 국내 생산이 정착될 전망이다. 선도적 대기업은 투자를 늘려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부품 공급 협력업체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야 청년 일자리가 살아나고 출산율 정상화도 앞당길 수 있다.

현행 세법에서 주주가 배당을 받으면 최고세율 49.5%의 소득세를 부담한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배당금을 받아도 무거운 소득세 부담 때문에 재투자 여력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경영권과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투자를 유도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배당금으로 재투자하면 해당 주식 처분 시점까지 소득세 과세를 이연할 필요가 있다.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에 대한 증여세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면 과세를 이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투자의 불씨를 살려야 성장동력이 회복된다. 청년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