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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개정 주택취득세제와 문질빈빈(文質彬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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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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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부동산대책의 주역인 취득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개정 지방세법에 따르면 종전 1%~3%였던 주택 취득세율('기본세율')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특정지역')은 2주택 이상부터 8%, 3주택 이상 및 법인 취득은 12%로 인상됐다. 따라서 기본세율은 특정지역 1주택 또는 비특정지역 2주택 이하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증여에 대한 취득세도 대폭 강화돼 3억원 이상의 특정지역 주택을 증여할 경우에는 그 세율이 종전 3.5%에서 12%로 급증했다. 이사, 취업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되는 경우 특정지역은 1년, 비특정지역은 3년 이내의 처분을 전제로 신규 주택에 대해 기본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그 기간 내에 처분하지 못하면 취득세 차액이 추징된다. 분양권 및 입주권은 그 자체가 주택은 아니지만 세대의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된다. 개정 취득세제도 부동산 3법의 한 축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동참했고, 선도적으로 연도 중 대책 발표 한달 만에 공포와 동시에 전격 시행됐다.


취득세의 연원은 17세기 초반 네덜란드의 인지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란 정부는 민간부문의 취득행위를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재산권의 보장 및 입증서비스를 '인지'의 형태로 수행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시민에게 부과했다. 현대에 이르러 인지세는 실물자산 거래가격에 대해 부과하는 재산거래세의 형태로 변모했다. 이러한 취득세의 성격에 대해 서구에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대가를 납부하는 편익과세로 보거나, 지방정부에 대한 가입비로 간주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취득세는 수요자의 경제적 부담을 상승시켜 동결효과를 야기함으로써 사회적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득세가 면면히 조세로 유지되어 온 이유는 납세자들이 소유권 거래에 대한 공적 확인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취득세를 납부하므로 납세순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과세관청에서도 재산거래의 포착이 비교적 용이하여 행정비용이 적은 편이며, 취득세는 과세대상 재산가치의 주기적 상승경향으로 조세수입의 신장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취득세는 대한제국 시절인 1909년 4월에 반포된 지방세법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당시에는 토지와 가옥의 소유권 취득세와 저당권 취득세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부동산 취득세로 개명됐다가 광복 이후 1949년 12월 제정 지방세법에 포함됐다. 취득세는 당초 과세대상을 부동산에 한정했으나 6·5전쟁 중이던 1952년 9월 전비 조달을 위해 취득세라는 명칭으로 개칭하고 '금고'와 '소형 선박'을 과세대상에 포함시켰다. 취득세 중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2004년까지 5%로 유지되다가 이후 7·10 부동산대책 이전까지는 1%~4%의 범위 내에서 변동이 이뤄져 왔다. 2020년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2019년 지방세수 총액 90조 4604억원 중 취득세는 23조 9147억원으로 26.4%를 차지하고 있고, 2016년 21조 7016억원, 2017년 23조 4866억원, 2018년 23조 8135억원으로 세입이 꾸준히 증가하는 지방세의 든든한 맏형이기도 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취득 단계의 세금이 낮고 보유 단계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표적 국가이다. 미국에서는 주별로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주택을 살 때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행정 서비스의 이용 대가로 수수료 약 100~300달러를 지불하면 된다. 독일에서는 주택에 대해 주(州)법에 따라 3.5%~5.0% 정도의 '부동산취득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소비과세의 성격이 있다고 보아 부가가치세는 과세하지 않는다. 부동산부유세를 과세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주택 취득 시 부동산 가액에 따라 5.09%~5.8% 정도의 '등록세'가 부과될 뿐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부동산취득세'를 운용하고 있는데 단순비례세율 구조를 채택하고 표준세율을 4%로 설정하고 있다. 높은 취득세를 둔 국가로 인용되는 싱가포르는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1%~4%의 '취득세'를 부과하면서 다주택자에게는 12%~15%를 부과하는데, 싱가포르는 취득세가 주력 세목으로 3년 이상 보유시 양도소득세가 없고 보유세가 1% 미만인 점이 간과되면 안 된다.


취득세는 인류의 경제활동과 4세기 이상을 함께 해 온 전통적 세목이다. 거래세는 인적 요소를 배제해 과세체계의 간편성을 추구하는 것을 본질로 삼는데, 다주택 세대를 중과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사후관리까지 하는 개정 주택취득세제는 취득세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최대 12%까지 부과되어 과중한 취득세로 인해 거래 자체가 금지되는 주객전도의 국면이 초래된다는 주장도 있다.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은 국민의 의무 부과와 직접 관련되는 법률은 긴급히 시행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포일로부터 적어도 30일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 취득세제의 연도 중 공포 당일의 전격 시행은 납세자의 신뢰에 반하고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거래세인 주택취득세의 과도한 누진세율체계는 개인 간의 형평성은 개선하지 못하면서 거래량을 왜곡시켜 지방재정수입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단적으로, 동결효과로 인하여 주택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아니한다면 세수 감소로 직결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문턱효과를 차단하면서 전체 과세물건과의 통일성을 갖출 수 있도록 주택에도 단순비례세율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취득세제에서 세대단위로 중과세 또는 감면요건을 운용하는 것은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호하도록 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견해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주택취득세제가 정책적 조세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는 없지만, 법률행위를 과세계기로 한 거래세라는 취득세의 본질적인 과세형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문질빈빈(文質彬彬)의 가치 추구가 필요하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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