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가렴주구式 증세, '종잣돈 공출' 아닌가
투자와 일자리 명분의 세제 지원 다수가 허탕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석 대상 229개 조세 감면 중 36개는 실적이 아예 없고, 한 해 이상 없는 것은 60개, 추정 곤란 또는 실적 5억원 미만은 51개임을 밝혔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346개 조세 감면 중 39개만 관리 대상이고 나머지는 방치돼 효과 추정 자체가 불가능함을 지적했다. 학계에는 감췄던 자료를 국회의원이 찾아낸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 신설,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때마다 정부는 세금 감면도 함께 늘려 ‘세수는 중립적’임을 강조했다. 세수 추계가 공정했다면 초과와 결손 확률은 같아야 하지만 명분만 그럴싸한 세금 감면 신설은 ‘두루미에게 접시 수프’처럼 써먹지 못할 헛방이었고 초과 세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나마 2019년부터는 그 계획도 틀어졌다.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에 집착하다 폭삭 망하면서 법인세 인상분 징수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세수는 결손으로 돌아섰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도 결손이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세수 중립’이라지만 초과유보소득 과세 및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투자 재원을 고갈시킬 요인이 즐비하다.

세율을 경쟁 대상 국가보다 높이면서 공제·감면을 늘리는 것은 위선이다. 조세 감면은 효과도 불분명하고 정치적 편중 지원으로 인한 자원 배분 왜곡도 우려된다. 지원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외 대상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원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다른 기업 규제는 그대로 두고 명확성이 필수적인 조세 감면에 네거티브 방식을 서둘러 도입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연구개발 세제 지원은 계획 단계부터 명확히 이해돼야 유인 효과가 있다. 그런 지원이 있는지도 모르고 한참 지난 뒤에 놓친 공제를 적용해 세금을 환급해달라는 경정청구가 빈번하다.

수소전기차, 바이오 제약, 시스템 반도체,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일자리 기여도가 높은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연구개발에 재정 및 세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관리가 어려운 분야는 공제·감면보다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소기업의 복잡한 지원 방식은 현재 과세표준 2억원까지 적용되는 10% 최저세율 구간을 1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 재편처럼 정책 목표가 분명하고 관리가 철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사업 위기 지역 기업과 과잉공급 업종 기업의 합병·분할, 생산설비·영업자산 매각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과 연간 70%로 제한된 이월결손금 공제를 100% 인정하는 세제 지원을 보다 확장해 공장이 폐허로 변하기 전에 되살려야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도 ‘세수 중립’을 표방하지만 기업계는 초긴장이다. 기업소득환류세를 이어받은 투자·상생협력촉진세가 3년 연장되고 새로운 유보소득 과세도 신설된다. ‘개인 유사법인 초과유보소득 간주배당’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80% 이상이면 실제 배당이 없어도 미리 과세한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2%에서 45%로 인상되는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49.5%다. 기업주의 자금원이 고갈되면 투자는 위축된다. 내년 4월 1일부터 적용될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확대도 문제다. 특수관계자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보유분을 합산해 시가총액이 3억원 이상이면 새로이 과세한다.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거래도 증여세 과세 대상인 상황에서 합산된 양도소득세 분배는 증여세와 얽혀 혼란스럽다. ‘부부 자산소득 합산 과세 위헌 판결’을 어떻게 넘어설지도 문제다.

정책의 급소는 타이밍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주식시장 안정으로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활성화된 것은 개인투자자의 기여가 큰데 하필 이 시점에 주식시장 이탈을 부추길 증세를 강행해야 할까. 입법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현장을 찾아 실상을 파악하고 일자리를 되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내가 조국이다”는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내가 기업주다”는 각오로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