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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코로나19 사태와 절장보단(絶長補短)의 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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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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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이다. 전 세계 확진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형국이다. 1분기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24% 넘게 떨어졌고, 국내 코스피 지수도 20%나 폭락했다. 경제분석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중소상공인ㆍ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약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에서는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대해 4인 가족 기준으로 100만원씩 9조1000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까지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세정 분야에서도 특별 조치가 행해졌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상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특별재난지역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코로나19 전담 병원 등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형평성과 효율성 문제를 떠나 정치와 경제, 중앙과 지방의 모든 영역에서 가히 전면적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특별 조세 대책도 긴요하지만 기존 세법의 얼개와 장치에 대한 검토와 소폭 조정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우리 세법은 태풍, 홍수, 지진, 산불 등의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조세지원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적용하는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세법상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의 문제가 있다. 예컨대 사업자가 재해로 자산총액의 20% 이상을 상실해 납세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해상실비율을 반영한 금액을 세금에서 차감하는 재해손실 세액공제제도가 대표적이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 재해로 상속재산이 멸실ㆍ훼손되는 등의 경우에 상속 재산에서 그 손실가액을 공제하는 재해손실 물적공제도 있다. 이 밖에도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신고, 납부 등의 기한 연장과 징수 유예 제도 및 가산세 감면 제도가 마련돼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재해손실을 캐주얼티 로스(Casualty Loss)라고 지칭해 사업자 여부를 불문하고 화재, 폭풍, 난파 등의 재해로 입은 건당 100달러 이상의 손실이 해당 과세 기간 총수입 금액의 10%를 초과하면 소득공제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도난 및 그 밖의 우연적 손실의 범위가 넓게 인정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독일의 경우 멸실이나 손상 등의 자산손실이 업무적 영역과 충분히 긴밀한 관계에 있을 때 취득원가의 잔존가액이나 수리비의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가 인정된다. 일본에서는 생활에 통상 필요한 고정자산이 자연재해로 손상된 경우 잡손공제라는 항목이 적용된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그로 인해 어떠한 재산의 물리적 감손이 발생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우리 세법상의 재해손실 세액공제제도를 적용받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그러한 결론은 미국 세법상의 Casualty Loss, 독일 세법상의 소득공제나 일본 세법상의 잡손공제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징수 유예나 가산세 감면은 적용받을 수 있으나 납세자가 체감하는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대신 코로나19로 인한 사업자나 기업의 매출 감소에 따른 결손금 공제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손금이란 해당 과세 기간의 필요경비가 같은 기간의 총수입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의 그 금액을 말한다. 이러한 결손금은 2가지 방법으로 공제될 수 있다. 첫째는 해당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과거'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이미 납부한 세액을 환급받는 소급공제이고, 둘째는 해당 사업연도의 결손금을 '미래' 사업연도의 소득에서 공제해 납부할 세액을 감소시키는 이월공제다. 우리 세법은 원칙적으로 결손금에 대해 10년간의 이월공제를 적용하되 예외적으로 일정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년간의 소급공제를 허용한다. 우리 세법이 채택하고 있는 기간과세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사업연도별 소득의 편차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조세 부담의 불공평이 초래되므로 결손금 공제제도라는 장치를 통해 과세 형평을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결손금의 이월공제는 20년간, 소급공제는 2년간 폭넓게 적용된다. 독일, 영국은 결손금의 이월공제 기간을 무기한으로 설정했고, 소급공제는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2년, 1년을 적용한다. 결손금의 소급공제 및 이월공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매출이 급감한 경우의 사업자 및 기업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결손금 소급공제는 직전 연도에 소득을 얻어 세금을 납부했다면 불측의 재난으로 당해 사업연도에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일정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어 즉시 손해전보가 된다. 따라서 결손금의 소급공제를 중소기업에 한해 1년간만 적용받게 한 세법 규정을 개정해 그 적용 대상을 넓히고 적용 기한도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봄 직하다. 부칙 규정을 통해 적용 시기를 제한하거나 일몰 기한을 두는 것도 차선의 장치가 될 수 있다. 결손금이 발생한 원인을 고려해 공제 방법이나 기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재난 피해와 무관하고 긴급성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분기별 가결산을 통해 결손금을 파악해 수시로 소급공제 경정청구를 하는 방식을 허용한다면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세 관청에 수시부과권이 부여돼 있는 마당에 재난에 직면한 납세자의 수시경정청구권이 인정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편 재정 여건이 허락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여기에는 소득세나 증여세의 과세 문제가 있다. 개인에 대해 열거주의 소득 개념을 택한 우리 세법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별도의 소득 항목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상금이나 사례금 등의 기타소득으로 보기도 어려우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증여세가 비과세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과세 가능성은 낮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급으로 형평성과 적시성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만일 그 지원금을 소득 항목으로 규정하고 전 국민에게 즉시 지급한 다음 추후 고소득자에 대해 누진세율 등을 적용해 상당 부분을 환수한다면 운영의 묘를 살려 형평성과 적시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저소득 근로자에 대해 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의 시행 경험도 있는 국세청이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차료를 감면해주는 경우의 유사접대비 이슈, 재난소득의 소득 구분 등 장래에 문제의 여지가 있는 쟁점들에 대해서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 세정의 절장보단(絶長補短)의 지혜를 통한 따뜻한 세정춘풍(稅政春風)을 기대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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