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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상속세제의 백년대계(百年大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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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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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한 기해년도 어느덧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라는 금언이 있는데, 상속세는 죽음과 세금의 경합적 결과물로서 작금의 백년인생에서 가장 원치 않는 사태일 것이다. 상속세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고대인들도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고고학 연구에 의하면 상속세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존재했고 아버지 주택을 상속받은 아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 많은 벌금을 물었다는 이야기,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 아버지 재산을 매도했다는 일화 등이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18세기 이후 다수 국가들이 사망에 따른 재산의 이전을 과세 계기로 보고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는데, 그 모태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창안한 제도라고 하니 실로 상속세의 역사는 유구하다. 미국에서는 1797년 유언장 집행과 상속재산 분배에 관한 인지세의 형태로 도입되었고 1898년 정식으로 상속세를 제정했다가 1916년 유산세 형태로 변경하고 1976년 유산세와 증여세를 통합하는 중요한 개정을 거쳤다. 2001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의 연도별 순차 인하를 통한 상속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경제성장과 감세조정법'을 제정해 시행했으나 그 일몰 기한이던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세금감면 및 일자리창출법'에 의해 부활됐다. 상속세 역사만큼이나 이를 둘러싼 논의도 다채롭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상속세 세수는 약 2조3000억원으로, 전체 국세청 세수 255조원의 약 0.91%를 차지한다. 한편 그 해의 상속인은 총 22만9828명이었는데 그중 상속세를 10원이라도 낸 상속인은 6966명으로 3.03% 정도에 불과하다. 그 명성에 비해 실제 세수 기여도나 세제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상속세의 이론적 근거로는 상속권 법정설, 국가용역 대가설, 회피조세 정산설 등 다양한 견해가 중세시대부터 주장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상속세의 필요성을 기회균등의 실현이나 인적자본 비과세에 대한 보완 등에서 찾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실 완벽한 출발점 평등을 구현하려면 상속인이 물려받는 지능, 체력 등 유전적 요소와 인적 네트워크 등 사회적 요소의 가치들도 고려되어야 하나 이러한 가치들은 금전적 환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6월 시행된 조선 상속세령을 통해 도입되었다. 광복 이후 1950년 상속세법이 제정되었고, 1996년에는 법령의 명칭을 상속세법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바꾸는 등 그간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사회ㆍ경제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속세 계산의 첫 단계인 '상속재산가액'은 본래의 상속재산 외에 보험금 등 간주상속재산과 추정상속재산을 더해 산정된다. 특히 망인이 사망 이전 1년이나 2년 이내에 2억원 또는 5억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경우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무상 이러한 추정상속재산에 대한 과세문제가 심각하다. 망인의 상속재산가액이 산출되면 비과세대상 및 과세가액 불산입대상을 빼는데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의 과세가액의 불산입이 대표적이다. 위 과정을 통해 산정된 '과세대상 상속재산가액'에서 공과금, 장례비용 및 채무액을 공제하고 누진세 효과를 위해 사망 전 10년 이내에 망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등의 가액을 가산하면 비로소 '상속세 과세표준'이 산정되며 종전 증여재산에 대해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된다. 상속세율은 초과누진세율의 구조로,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0%, 5억원 이하는 20%, 10억원 이하는 30%, 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의 세율이 각각 적용되어 상속세가 산출된다. 한 세대를 건너뛰면서 조부모에서 손자녀에게 곧바로 상속이 되면 산출세액의 30%가 할증된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어느덧 고희를 맞는 우리나라 상속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특정 재산에 대한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예컨대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의 주식은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가액에 30% 할증액을 더한 금액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상속세 실효세율은 65%에 달한다. 사실상 조문(弔問) 시점에 망인 회사의 지배권을 대가 없이 수용하는 것과 진배없다. 사망 당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대신 상속인의 취득가액을 시가로 증액시켜 주어 상속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가 누락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공제제도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용된다는 학계의 견해도 일리가 있다. 배우자와 1명의 자녀를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의 상속세 면세점은 약 10억원으로 미국의 55억원, 일본 23억원, 독일 17억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상속재산이 소득세를 납부하고 모아 놓은 것임에도 별다른 공제 없이 다시 고율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누진과세를 위해 망인의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과세를 하는 유산세 방식으로 개별 상속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응능과세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속재단이 납세자가 되는 미국에서는 유산세 방식이 타당하지만 상속인들이 납세자가 되는 우리 세제에서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해 개인의 실제 담세력에 비례해 상속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미국의 경우 상속세 폐지를 번복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며 세제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으며 상속재산에 대해 자본이득이 발생한 경우 그 자본이득의 50%를 과세한다. 캐나다의 상속세 폐지는 미미한 세수 수입 대비 오히려 자본이득세로 과세하는 것이 불필요한 납세자의 조세순응비용과 과세관청의 행정비용을 절감한다는 사고에 기초했다. 스웨덴에서는 역외 상속의 경제적 유인을 감소하고 가족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방책으로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그 결과 해외로 유출되던 자본이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왔고 법적 불안정성을 낮추어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와 입법례를 성찰하면 상속세는 자본이득세와 조화롭게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망 당시 상속세의 부담은 낮추되 망인의 취득가액을 상속인들이 그대로 승계하도록 해 추후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적 이동이 자유로운 백세(百歲) 시대를 맞이해 한 개인이 평생을 통해 형성한 상속재산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합리적 과세를 할 것인가에 대한 신중하고도 진지한 담론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백년대계형 상속세의 설계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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